스마트 글래스, 왜 기존 배터리로는 안 될까?
스마트 글래스는 카메라, 스피커, AI 워크로드, 디스플레이까지 구동해야 하는데, 이 모든 부품이 안경 다리(템플 암) 안에 들어가야 합니다. 문제는 기존 파우치 셀(스마트폰·노트북에 쓰이는 배터리)이 이런 좁고 긴 폼팩터에 맞춰지지 않는다는 점이에요. 접힌 부분이 부피를 낭비하고, 공차가 밀리미터 단위 여유를 잡아먹으며, 작은 크기에서는 순간 최대 전력을 감당하기 어렵습니다.
예를 들어 카메라로 녹화하면서 동시에 AI에게 질문을 던지는 멀티태스킹 상황에서 파우치 셀은 브라운아웃(순간 전압 강하)이 발생할 수 있어요. 결국 '제품이 배터리에 맞춰지는' 게 아니라 '배터리가 제품 모양에 맞춰지는' 설계가 필요했습니다.
이 글은 메타 엔지니어링 블로그의 스틸캔 배터리 개발기를 기반으로, 실무 관점에서 핵심만 뽑아 정리한 것입니다. (근거자료)

스틸캔 셀: 7mm 폭을 가능하게 한 3가지 재설계
스틸캔 배터리 자체는 전동 공구나 시계에 이미 쓰이던 기술입니다. 하지만 메타가 필요로 한 건 폭 7mm 수준, 즉 기존에 존재하지 않던 초협폭 셀이었습니다.
1. 전극 구조: 젤리롤 → 적층형
전통적인 스틸캔은 전극을 둥글게 감은 '젤리롤(jelly roll)' 구조를 씁니다. 메타는 이를 다이컷 적층(die-cut stacked layers) 방식으로 바꿨습니다. 작은 저항을 병렬로 연결하는 것과 유사한 개념이에요.
[기존 젤리롤] [메타 적층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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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선 구조) (평행 적층)
→ 임피던스 높음 → 임피던스 대폭 감소
임피던스가 낮아지면 순간 최대 전력 요구 시 전압 강하를 억제할 수 있어, 녹화와 AI 질의를 동시에 처리하는 시나리오에서도 안정적으로 동작합니다.
2. 공차: 100마이크론
스틸캔 셀은 형태를 약 100마이크론(0.1mm) 수준으로 유지합니다. 10mm 폭 배터리에서 이 공차 관리가 곧 사용 가능한 부피 확보로 이어지고, 결과적으로 에너지 밀도와 런타임이 올라갑니다. 파우치 셀의 접힘·여유 공간이 사라지는 셈이죠.
3. 세대별 진화
| 세대 | 제품 | 셀 용량 | 특징 |
|---|---|---|---|
| Gen 1 | Ray-Ban Meta | 160 mAh | 기본 스틸캔 |
| Gen 2 | Ray-Ban Meta | 210 mAh | 약 30% 증가, 런타임 2배 주장(화학 변화 X, 시스템 효율 개선) |
| Oakley Meta Vanguards | 양쪽 템플 암 각 1개 | 대칭 셀 | 크로스 차징·부팅 시퀀스 복잡도 증가 |
| Meta Ray-Ban Display | 단일 | 248 mAh | 지속 전력 소모형 디스플레이 대응, 메타 라인업 최대 |
특히 Oakley 모델은 양쪽 다리에 배터리가 하나씩 들어가는데, 셀은 대칭이지만 전자 부하는 좌우가 균등하지 않습니다. 이 때문에 크로스 차징 위험과 부팅/셧다운 시퀀스 복잡성이 생깁니다. 펌웨어·전기·기계 엔지니어링이 맞물리는 전형적인 시스템 퍼즐이에요.

실무 관점에서 주의할 점
- 임피던스 ≠ 용량: 임피던스를 낮춘다고 총 에너지가 늘어나는 건 아닙니다. 순간 전력 공급 능력(peak power)과 총 런타임은 별개로 봐야 합니다.
- 양방향 배터리 시스템의 부하 불균형: 좌우 부하가 다르면 충방전 시퀀스와 크로스 차징 방지 로직이 필수입니다. 펌웨어 레벨에서 전류 방향을 제어하지 않으면 셀 수명이 급격히 줄어듭니다.
- 디스플레이 탑재 = 지속 부하: 순간 부하(카메라)와 지속 부하(디스플레이)는 요구 프로파일이 완전히 다릅니다. 디스플레이가 들어가면 배터리 설계 여유가 급격히 줄어듭니다.
- 공급망 관점: 메타는 이 기술을 여러 벤더에 이전해 공급 안정성을 확보하려 합니다. 특정 벤더 종속을 피하는 게 웨어러블 배터리의 숨은 과제입니다.
국내 개발 생태계에 주는 시사점
국내 웨어러블·IoT 하드웨어 스타트업 입장에서 이 사례는 두 가지를 시사합니다. 첫째, 폼팩터 제약이 배터리 선택을 지배한다는 점입니다. 부품 선정 단계에서 '얼마나 작은가'가 '얼마나 오래 가는가'보다 먼저 옵니다. 둘째, 소프트웨어·펌웨어 효율화가 배터리 화학 변경 없이도 런타임을 두 배로 만들 수 있다는 점입니다. Gen 1→Gen 2에서 화학은 그대로였지만 전력 관리, 펌웨어 제어, 폼팩터 개선으로 성능이 올라갔죠.
이런 시스템 레벨 최적화 관점은 다른 도메인에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예를 들어 개인화와 실험을 별도 스택으로 분리한 스포티파이의 아키텍처 인사이트처럼, 문제를 레이어별로 쪼개서 접근하는 사고방식이 필요합니다.

결론: 배터리는 더 이상 부품이 아니라 설계의 중심이다
메타의 스틸캔 배터리 사례는 웨어러블에서 배터리가 '나중에 맞춰 넣는 부품'이 아니라 '제품 형태를 결정하는 출발점'이 되었음을 보여줍니다. 7mm 폭, 100마이크론 공차, 적층형 전극, 양방향 배터리 시퀀싱까지 — 이 모든 게 하나의 목표, 즉 안경 다리 안에 하루 종일 돌아가는 전력을 밀어 넣기 위한 것입니다.
다음 단계로 볼 것들
- 배터리 임피던스 vs 용량 개념 차이를 명확히 이해하기
- 다중 배터리 시스템의 충방전 시퀀싱 (BMS 로직) 학습
- 펌웨어 레벨 전력 관리 — DVFS, 저전력 상태 전이
- 웨어러블 폼팩터 제약 하에서의 열 관리 (배터리+발열은 항상 같이 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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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경계에서 최적화를 고민하는 분들이라면, 이 사례는 '제약이 곧 설계'라는 걸 다시 한번 상기시켜 줍니다. 😊